한 EU, 한 미 FTA로 인한 상대적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국내 제약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제약사로의 도약을 다지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 중 혁신을 무기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한미약품은 글로벌제약기업으로 발돋음하기 위한 기본조건으로 자체 신약 11건 중 7건을 해외임상에 과감히 투입 승부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 중 매출액의 14%인 538억원을 R&D에 투입하고 있는 한미약품(대표 이관순)은 현재 진행중인 바이오 및 항암분야 11건의 신약 과제 중 7건을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며 글로벌신약의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손지웅 R&D본부장(부사장)은 “국내 제약기업의 규모를 감안할 때 수 백억원이 소요되는 글로벌 임상에 도전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며 “개발 초기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R&D전략을 짠 것은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국산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이 글로벌시장에서 제 값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랩스커버리이다.

2006년 자체 개발에 성공한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는 해외임상이 활발한 바이오 신약과제들의 근간이 되고 있다.

매일 주사해야 하는 바이오 의약품의 단점인 짧은 약효 지속시간을 최대 월 1회까지로 연장해주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월 1회 투약하는 당뇨병치료제로 세계 최초 개발중인 LAPS-Exendin4는 유럽에서 환자대상 단회투여 임상을 마치고 미국에서 지난해 12월 임상 2상에 돌입했다.

한 번 투여로 2주 이상 약효가 지속되는 성장호르몬 제품 LAPS-hGH는 동유럽 6개국에서 성장호르몬결핍증을 앓는 성인환자 6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을 16개 의료기관에서 시작했다.

이 임상시험을 위해 한미는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임상참여 의료기관 관계자 43명이 참여한 연구자 미팅을 개최했다.

호중구 감소치료제인 LAPS-GCSF는 미국에서 임상 1상을 마쳤으며 C형간염 치료제인 LAPS-INFα는 유럽임상 1상 마무리단계에 있다.

한미약품은 항암신약 개발을 위한 해외임상도 진행 중이다.
동사는 미국의 연구개발 중심 제약회사인 카이넥스사와 공동으로 혈액암, 전립선암 등을 타깃으로 KXO1에 대한 임상2상을 미국과 홍콩 등에서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KXO1는 암세포 대사와 성장의 핵심인 SRC 키나아제와 프리튜뷸린을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기전의 혁신신약으로 본격 출시될 경우 한국과 중국에서만 연간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경구용 항암제를 개발하는 플랫폼 기술인 오라스커버리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오락솔, 오라테칸 등 항암신약에 대한 해외임상도 곧 시작된다.

동사는 2000년부터 7년간의 연구 끝에 항암제의 경구흡수를 방해하는 PGP(P-glycoprotein 위장관에 존재)차단 신물질인 HM-30181A를 개발했다.

오락솔, 오로테칸은 이 HM-30181A를 기존의 주사 항암제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개발된 경구용 항암신약이다.

국내에서 임상 1-2상을 진행했던 한미는 최근 KXO1를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한 카이넥스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미국, 유럽 등 지역에서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특히 오락솔 오라테칸과 KXO1을 병용투여할 경우 우수한 항암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공동연구에 대한 시너지가 크게 기대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임상전진기기로서 북경한미연구센터를 가동중이다.

한국과 중국을 잇는 R&D 네트워크인 북경한미약품연구센터도 글로벌 임상의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8년 10월에 가동에 들어간 북경한미연구센터는 출범초기 30여명이던 연구인력을 현재 110명 수준으로 크게 늘렸다.

특히 연구원의 60%가 북경대, 청화대, 심양대 등 중국 명문대학 출신으로 87%가 석, 박사 학위 소지자일 정도로 우수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동 센터는 현재 한국 한미연구센터와 공동 프로젝트를 비롯해 중국 내 다른 연구기관들과의 협력연구를 통해 R&D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

북경한미 역시 2010년 매출액의 7.2%인 3,417만위안을 R&D에 투입했다.

이관순 사장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해외임상과 북경연구센터와의 R&D 네트워크 등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R&D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준비중인 신약들을 2015년이후부터 매년 1-2품목씩 글로벌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회사의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