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발전과 문화국가임을 자랑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일부 질병을 앓는 환자에 대한 처우가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 중 하나가 에이즈이다. 우스개 소리로 “아 이제 다 살았다”란 절망적인 언어로 표현되던 에이즈가 “아직도 이렇게 더 살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듯이 만성질환의 일종으로 관리되어지는 질환으로 사회적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죽음의 병, 사회적 격리가 필요한 질환이 아닌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되는 질환으로 사회적 배려와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에이즈 감염인 가족 직장 완전 격리 반인권적 대우

한국에서 에이즈가 발병한 지 어연 26년. 국내 에이즈 환자 1호가 26년이 지난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 에이즈가 죽음의 병이 아니고 불치의 병은 더욱 아닌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나오지 않아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평생 잘 관리하면 살아 나갈 수 있는 질병이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여전히 사회에서 격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 수치는 프랑스사람들의 20년전 조사된 인식보다 6배나 많다.

한국사회에서 에이즈 환자는 사회와 직장에서 격리되고 환자 3명 중 1명은 가족과도 단절된다. 직장에서 떠난 사람 2명 중 1명은 50만원 미만의 최저생활에서 허덕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원희목 의원은 “이제 에이즈에 대해 반인권적이고 몰상식한 편견에서 한국사회가 떨치고 나가야 한다”며 “에이즈를 질병의 하나로 분명이 인식하고 사회가 함께 해야 하고 지금이 시작할 때”라고 강변했다.

한국인의 에이즈에 대한 인식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일반국민 대상으로 2009년 에이즈 인식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적어낸 단어의 1위부터 5위는 성병, 죽음, 불치병, 무섭다, 전염병 순이었다.

이들 5가지는 전체 응답에서 65.2%를 차지했다. 최근까지도 사람들이 인식하는 에이즈는 성병이자 전염되면 죽는 무서운 불치병인 것이다.그래서 감염인들은 감염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또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에이즈도 치료하면 20년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1987년 미국에서 HIV 감염증 치료제가 개발된 이후 현재 30여가지 약이 개발되어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는다면 10-20년후에 사망한다고 하나 치료를 받게 되면 20-30년도 생존가능한 만성질환화 되었다.

사회적 배려와 공감대 필요한 시점 인식전화 시급하다

그러나 국민의 에이즈 인식조사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2002년부터 2009년까지 국민의 에이즈 인식조사에서도 감염인에 대한 차별의식은 제자리이다. 이를 외국과 비교해도 차별의식이 지나칠 정도로 높고 선진국의 몇 배나 된다.
 

가장 차별의식이 높은 항목인 ‘자녀와 같은 학교 불가’인식은 2003년 50.4%에서 2009년 45.3%로 완화됐지만 우리나라의 2009년 결과가 1992년 프랑스의 2.2배, 1993년 벨기에의1.4배, 1999년 미국의 3배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다의 35.5%는 프랑스의 6.3배 벨기에의 7.5배나 된다.
직장에서 추방해야 된다는 의견은 2009년에도 2002년 31.8%와 비슷한 수준인 28.5%로 나타났는데 이 수치는 2006년의 영국 8%보다 3.6배나 높다.

국내 에이즈 감염인들은 여러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 전에 감염된 사람 10명 중 6명이 생존해 있고 20년 이상 된 사람도 59명이나 된다.

감염인 6,292명 중 확진일로부터 5년 이상 10년 미만인 사람들이 2,518명, 40%로 가장 많았다. 감염기간이 10년 이상 된 사람은 15.5%인 978명인데 10년 전인 2001년까지의 감염인 수 1,607명의 60.8%에 해당된다.

20년 이상 생존자 59명 중 최장 기간 생존자 10명에 대한 확진연도를 확인한 결과 1986년 29세에 감염사실이 확인된 이후 55세까지 26년째 생존하고 있다.

24년 생존자는 4명, 23년은 2명, 22년 생존자는 3명이다. 10명 중 현재 최고령은 62세로
22년 됐다. 전체 감염인 가운데 최고령 감염인의 나이는 84세이며 4명이 생존해 있다.
이는 우리나라 2010년 기준 평균수명 79세보다 5살이나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24.5%는 에이즈 감염인은 가족이라도 함께 지낼 수 없다고 답변되었다.
실제로 2009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에이즈 감염인들을 조사한 결과 감염 후 33.2%는 가족관계가 손상되거나 단절됐다.

또 감염인 생활실태 조사에서 감염으로 인해 직업을 그만 둔 경험은 5명 중 2명 꼴인 43.8%나 되었다.
이유는 몸이 불편한 경우가38.8%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자포자기 심정과 동료들에게 알려질 것이 두려워 스스로 포기함이 각각 24.2%와 23.6%였다.
스스로 포기한 두 경우의 합이 47.8%나 돼 둘 중 한명은 건강상태와 무관하게 스스로 직업활동을 포기한 셈이다.

감염인들의 월 평균 수입인 소득수준은 48.9%가 정기수입이 없거나 50만원 미만이었다.
100만원 대는 25.8%, 50-99만원 10.6%, 200만원대 8.3%, 300만원 이상이 6.3%였다.
감염인들의 소득수준 조사자료를 보면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9년 생존 감염인의 20%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이는 2003년의 11%에서 배나 올라간 수치이다. 기초생활수급 감염인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감염인들이 빈곤층으로 전략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가족과도 단절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에이즈감염인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때는 일반수급자와 달리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은 따지 않는 대신 ‘가족과 단절되어 생활하는 자’라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지원정책은 의료비지원, 의료기관을 통한 감염인 상담, 감염인지원센타(1개소), 쉼터(2개소), 요양호스피스(1개소), 장기요양시설(1개소)지원 정책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치료에만 집중된 대책들이다. 근본적으로 가정과 직장에서 소외되는 문제에 대한 프로그램이나 대책이 아직 없다. 이들의 직장과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대책이 요구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에이즈 감염인에게도 법적으로 장애인대우의 사회적 배려를 해주며 고용에서의 차별을 금지한다. 영국은 감염인을 위한 사회적 지원에 감염인 수발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도 포함시키고 있다.

호주는 정부와 감염인, 지역사회 간의 협력관계를 통해 정책개발과정에 감염인들을 적극 개입시키는데 힘을 쏟고 있다.